마음으로 담는 세상



아찔한 연애 - 대전

2016.03.11~2016.04.17

소극장 보다 (구 둔산아트홀)

요약 110분 / 만13세이상


"연예의 목적", "연애를 부탁해" 등 

청춘 남여들의 연애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대전의 <소극장 보다(구, 둔산아트홀)>의 무대에 올린 "아찔한 연애"는

대전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몇 가지 특이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 여자 중심의 이야기.

이 작품은 대부분의 연애 이야기가 남자 중심으로 진행되던 것을

여자 중심으로 옮겼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즉, 바람둥이 남자가 아닌

바람둥이 여자? 이른바 "바람둥녀"의 이야기입니다.


둘째, 눈과 귀가 즐거운 뮤지컬

청춘 남여의 연애 이야기는 연극으로만 봐도 즐겁고 설레입니다.

그런데 연극에서 춤과 노래를 덧입힌 뮤지컬 입니다.

배우들의 춤과 노래, 그리고 조명의 변화는

작품의 이야기에 몰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셋째, 대전의 새로운 소극장 <보다>의 첫 오픈 공연

대전에는 연극전용 소극장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정적자로 인해 벌써 몇 개의 소극장이 문을 닫았습니다.

펀펀아트홀, 소극장 금강, 소극장 핫도그, 그리고 둔산아트홀이 문을 닫았고

작품을 올리지 못하는 소극장도 늘어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소극장이 두 개 있습니다.

소극장 커튼콜(구, 소극장 핫도그), 그리고 소극장 보다(구, 둔산아트홀)입니다.


비록 기존의 소극장을 새롭게 인수했다는 점이 공통점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의 연극을 위해 도전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연극의 시놉시스는 이렇습니다.


30살 아마추어 작가 지망생 "현실"과 

계약직만 전전하며 제대로 된 직장도 갖지 못한 "경만".


"나현실"은 "구경만"의 집에서 얹혀 살며 

인기배우인 "전우성", 인기 DJ 연하남 "손중기", 회장님 아들 마초남 "채민수", 

세 명의 남자를 동시에 만나는 바람둥이 여성이다. 


"경만"은 그런 "현실"을 좋아하지만 고백조차 못하는 찌질한 소심남.


그러던 어느날, 현실과 경만의 집에서 현실의 세 남자 친구가 동시에 찾아오는데...


세 명의 매력남과 동시에 연애하는 이상적인 사랑을 꿈꾸는 현실,

그런 현실을 무시하면서도 그녀를 지켜주고 싶은 경만,


현실은 위험천만한 연애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그리고 경만은 과연 현실의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




"구경만"은 자신이 다니던 직장에서 정리해고를 당하고 슬픔을 품은 채 집으로 돌아옵니다.

언제쯤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그렇게 점점 자신감을 잃고 소심하게 되어가는 자신이 슬프기만 합니다.

어찌보면 이것은 이 시대 청춘의 자화상이 아닐런지...



"나현실"은 늘 자신감이 넘칩니다.

작가지망생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작품활동에 집중하지만

한 편으로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3명의 남자를 동시에 만납니다.

어찌보면 3명의 남자를 동시에 만나는 것도 불확실한 자신의 현실에 대해 

대리 만족하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인기배우 "전우성"입니다.

인기 만점이지만 무언가 조금 부족해고 모자라 보이는 캐릭터입니다.

전우성은 나현실이 잘나가는 작가인 줄 알고 접근한 신인배우죠.

우성의 캐릭터는 이 시대의 여성들이 선호하는 외모이지만

무엇인가 채워야 할 부분이 채워지지 않은 허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잘 생기고 몸도 좋고....그렇습니다.



인기 DJ, 연하남 "손중기"입니다. 

춤도 잘 추는 실력파이지만 현실의 연하남자친구로 등장합니다.

손중기는 무한 애교와 통통튀는 매력으로

골드미스만 공략하는 연상녀 킬러연하함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연하남이라는 캐릭터의 특성에 맞게 순진하지만 무언가 조금 뇌순남의 특성을 보여줍니다.

요즘 대세인 연하남, 뇌순남의 캐릭터를 대입시킨 것으로 생각합니다.




숙성된 버터 발음과 느끼함으로 중무장한 정체불명의 터프가이

"채민수"입니다.

채민수는 등장부터 터프하지만 의외로 엉뚱한 캐릭터입니다.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민수는 속과 겉이 다른 캐릭터입니다. 

겉은 터프하지만 속은 의외로 부드럽기만 합니다. 

아니 여성스럽다고나 해야 할까요?

겉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담으려는 것은 아닐까 추측합니다.



경만과 현실은 친한 친구이지만 무언가 엇갈리는 운명으로 시작합니다.

이들은 서로에게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사실은 서로의 존재가 너무 편하고 익숙해서 더 이상의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그냥 경만의 집에서 얹혀 하는 현실, 

그냥 그런 사이일 뿐입니다.


그런 현실에게는 세 명의 남자가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각각 다른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찾으려 합니다.

그녀의 집, 아니 정확히 경만의 집에 한 명씩 찾아오는 그들이 못마땅한 경만..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돕기로 합니다.

아니 도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녀는 세 명의 남자들에게서 각각의 사랑의 꿈들을 찾습니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꿈을 향한 일종의 도전이며 보험인 셈이죠.

현실의 남자들이 한 명씩 교차하여 등장합니다.

이야기는 이런 방식으로 현실의 남자들을 관객들에게 한 명씩 소개하는데요,

관객들은 현실의 남자들이 각각 다른 매력을 갖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이것을 종합해 보면 현실이 모든 면에서 완벽함을 추구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는 셈이죠.

하지만 모든 완벽함을 추구하는 그녀에게 완벽하지 않은 것이 있으니..

3명의 남자들을 만나기 위해 그녀가 꾸며낸 거짓입니다.

현실은 연하남 중기가 자신이 경만과 살고 있는 것을 알면 안되기 때문에

그와 함게 살고 있는 것을 숨기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중기는 끝까지 파고듭니다.  

그 사이, 경만은 여장을 하고 나와 위기를 모면합니다.

참으로 엉뚱하지만 임기응변이 대단하지요.

경만은 여장한 자신의 모습이 제법 잘 어울린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야기는 엉뚱한 이야기들을 나열함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어찌보면 뻔할 이야기 구조를

지루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게 합니다.

터프한 채민수의 등장,

처음부터 강렬한 입장입니다. 

그러나 터프한 채민수는 터프의 모습 뿐 아니라 깜찍의 매력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야기는 계속해서 일관성 없는 엉뚱함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폭소를 자아내도록 합니다.


이제 이야기는 점점 위기를 향합니다.

다시 중기와의 이야기로 경만의 정체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만약 관객들이 현실의 남자와의 관계가 들통나지 않기를 바라도록 한다면

연출자의 의도에 말려들게 될 겁니다.


하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또 다른 바램을 하도록 합니다.

바로 경만의 여장이 들통나지 않기를 바라게 하죠.

중기는 현실의 집에서 남자의 면도기를 발견합니다.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모면할까요?



이번에는 채민수와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경만의 위기를 만들어 갑니다.

민수는 경만의 정체를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과연 경만은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까요?

이야기는 정말 엉뚱하게 진행됩니다.

정말 엉뚱하게...

이것을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그냥 직접 보세요.

차마 말하기가....ㅎㅎㅎ


이제 현실의 집에서 3명의 남자, 우성, 중기, 민수가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 갈등의 상황에 중심에 놓인 것은 

현실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경만입니다. 


결국 경만은 정체를 드러냅니다.

이야기는 경만을 통해 진행되고 경만을 통해 마치게 됩니다.

뮤지컬 "아찔한 연애"의 화자는 바로 경만입니다.


그러고 보면 관객들은 현실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철저하게 현실을 옆에서 그녀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경만을

이야기의 중심에 위치시킴으로 인해

관객들로 하여금 현실과 경만이 이루어질 것임을 추측하도록 합니다.


이야기는 관객의 바램대로 이어지는 것 처럼 보입니다.

경만은 현실의 3명의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그들에게 한 가지를 부탁합니다.

바로 현실의 좋은 남자가 되어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부탁은 현실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이야기는 경만과 현실이 힘을 합쳐

현실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어찌보면 이야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경만과 현실이 이어지길 바라는 바램을 향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도록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야기는 큰 반전은 없이 진행됩니다.

그럼에도 반전을 대신할 만큼 이야기 안에 재미있는 요소들을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유쾌하고 코믹하게 진행되지만

그 안에 현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고충을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이 작품을 소개하는 문구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로맨틱 뮤지컬 / 아찔한 연애"


관객들은 제목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로맨틱을 

현실과 3명의 남자친구에게서 발견하고자 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연극은 경만과 현실의 친구 사이의 관계에서 로맨틱을 발견하게 됩니다.


여기서 로맨틱으로만 작품을 설명하기엔 부족합니다.

이야기의 소재가 바로 청춘들의 슬픈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만을 통해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높은 실업률과 비정규직의 비율의 슬픈 현실을

이야기 초반에 드러냅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바로 현실의 3명의 남자친구를 통해 

이 무거운 소재를 잠시 벗어나도록 만듭니다.

즐거운 춤과 노래를 통해 무거운 주제를 살포시 감추고

로맨틱 코미디로 포장을 합니다.


그럼에도 이야기의 끝에서 이 무거운 주제를 완전하게 해결하지 않습니다.

현실의 작품 세계에 경만을 함께 등장시키는 마지막 장면은

이들의 현실의 제한을 해결하지는 않지만

다시 젊음의 도전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드러냅니다.


그냥 웃고 즐기며 젊음의 슬픈 현실을 잠시나마 위로하고 싶었을  

원작과 연출의 의도가 내포되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봤습니다.


로맨틱 코미디..

이야기는 그렇게 다시 도전하는 젊음을 보여주며 끝을 맺습니다.



로맨틱 뮤지컬, "아찔한 연애"


2016년 3월 11일 - 4월 17일

화-금: 저녁8시

토요일: 오후 4시, 7시

일요일: 오후 2시, 5시


소극장 보다(구, 둔산아트홀)

위치: 둔산동 타임월드 로보쿡 맞은편, 향촌월드프라자 9층

(주차는 9층)


Posted by 덜뜨기 덜뜨기

대전의 극단, 나무시어터가 창작 초연으로 드림아트홀에서 올린 "낙타가 사는 아주 작은 방"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 작품은  2014년 4월 9일(수) ~ 13일(일)까지 대전의 1호 소극장 드림아트홀의 무대에 올렸습니다

[내 마음 속 기억의 방 낯선 곳에서 홀로 선 나를 만나다 / 낙타가 사는 아주 작은 방 마지막 장면]


<낙타가 사는 아주 작은 방>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대체 무슨 내용일까 정말 궁금했습니다.

이 연극의 부제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내 마음 속 기억의 방, 낯선 곳에서 홀로 선 나를 만나다'


이 연극의 마지막 장면은 바로 이 부제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대전의 소극장 연극은 이름모를 정감과 애착이 갑니다.

특히 대전의 소극장 연극의 참 맛은 바로  창작초연되는 연극을 만날 때 더욱 그러합니다.





연극의 시작은 이러합니다.

어둠의 텅빈 공간을 울리는 날카로운 전화벨 소리가 채웁니다.

바로 이때  대한민국 최고의 건축가 대준(이대준 역 / 성용수 분)이 전화를 받습니다.




그런데 경찰로부터 걸려 온 전화임에도 불구하고 

이름모를 원망과 분노를 드러내며 전화를 받습니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오래전에 헤어진 아버지가 소매치기를 하다가 걸렸으니 와서 신원확인과 함께 

아버지를 데려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 아버지를 데려가기는 커녕 짜증과 분노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 한 통의 전화를 통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겠지요?




어쩔 수 없이 경찰서에 가서 아버지(남철 역 / 조중석 분)를 데려온 대준은 무언가 원망과 비아냥으로

아버지를 대합니다. 대체 이 부자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모습을 보일까요?

아버지의 폭력일까요? 아니면 외도? 대체 왜 ??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원망,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

그 가슴아픈 감정을 서로를 향해 바라보는 눈빛에서 드러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건축가인 대준은 큰 집을 만들었으나 그 큰 집엔 단 한 개의 방만이 있습니다.

집의 크기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방....

대준은 아버지 남철에게 아버지를 위한 방을 만들었다고 하자 

아버지는 고마워 하며 그 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사실 그 방은 아버지를 가두기 위한 방으로 만들었으니....





아버지 남철은 밖에서는 열 수 있으나 안에서는 열 수 없는 방, 그 방에 갇혀 살게 됩니다.


모든 것을 체념한 아버지...

아들 대준에게 왜 이러는지 이유도 묻지 않습니다.

그냥 망연자실한 채 앉아 있을 뿐입니다.


그럼, 대준의 어머니는 어디에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궁금해 졌습니다.


이야기는 잠시 대준이의 어릴 적 시간으로 돌아갑니다.

이 어릴적 이야기를 통해 대준이 겪었던, 그리고 대준의 아버지가 겪었던 끔직한 과거의 기억을 드러냅니다.




대준은 곱사등이로 태어나 친구로부터 놀림을 받고 살았습니다.

그런 아들에게 대준의 어머니(남명옥 분)는 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대준은 사막에서 사는 인내의 동물, "낙타"라며 아들에게 말합니다.

그렇게 대준은 자신을 품어주는 어머니의 따뜻한 품 안에서 모든 걱정을 털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엄마는 이런 대준을 품에 품고 한 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안타까움일까요?


미안함일까요?


대준 어머니의 이름모를 슬픔이 가슴을 파고 듭니다.






대준이 아버지와 함께 받아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대준의 어머니는 빨간 구두를 신고 장을 보러 간다고 했는데

아버지는 갑자기 불길해 집니다.

아니나다를까, 갑자기 비보가 날아듭니다.

대준의 어머니가 목을 메고 자살을 한 겁니다.

왜 그랬을까? 

대체 왜 그랬을까?

연극의 초반에서는 그 이유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연극이 진행되면서 대준의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를 아버지의 대사를 통해 드러냅니다.





그런데 갑자기 대준이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을 보이며

지금의 자신을 잊어버렸습니다.


대준이 바로 초로기 치매에 걸린 것입니다.

하지만 대준은 자신이 초로기 치매에 걸린 것을 알지 못합니다.

결국 아버지가 대준을 병원에 데리고 가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됩니다.



연극은 다시 대준이의 어머니, 남철의 아내가 세상을 떠난 이후로 돌아갑니다.



아내를 잃은 남철(대준의 아버지)는 술집여자(지선경 분)을 통해 

그 슬픔을 잊어보려 하며 그렇게 술과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그렇게 슬픔을 잊기 위해...

그렇게 아픔을 잊고 싶어서 말입니다.




잠시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이 가정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돌아갑니다.

대준은 받아쓰기를 하고 그런 기특한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

평범한 가정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대준의 어머니는 갑자기 비탄해 하며 대준이가 그렇게 된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며 흐느끼기 시작합니다.

바로 우울증인 것입니다.

대준의 아버지, 남철은 자신의 사랑하는 아내가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그저 그렇게 보듬어 주기만 했던 것입니다.


남철은 뒤늦게 아내의 우울증을 몰랐던 자신의 무지함에 애통해 합니다.

그렇게 아내를 떠나보낸 남철은 그렇게 죄책감에 사로잡혔던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감정이 남철을 사로잡습니다.

바로 원망감입니다. 




                           


자신의 사랑하는 아내가 그렇게 우울증에 걸려 

빨간 구두를 신고 저 먼 곳으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 곱사등이로 태어난 대준이 때문이라는 원망감...

슬픔의 감정이 원망이라는 감정으로 변해지는 순간

그렇게 따뜻했던 아버지는 무서움의 대상으로, 원망의 대상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남철은 자신의 곱사등이 아들을 창피해하며 


작은 골방에 가두고 폭행을 하며 자신의 슬픔을 잊어보려, 자신의 죄책감을 떨쳐버리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 서로에게 아픔만을 줄 뿐입니다.



시간은 흘러...다시 현재로 돌아옵니다.




초로기 치매에 걸린 아들 대준은 잠시 정신이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다시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드러냅니다.

초로기 치매에 걸린 대준은 흡사 이중인격을 가진 지킬과 하이드처럼 

자신의 감정을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내 곧 자신을 잃어버리며,

지금의 자신을 잊어버리며...

다시 치매의 현상이 나타납니다.





초로기 치매가 점점 심해지면서 근육도 이상이 오게 됩니다.

이런 아들을 바라보는 남철은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를 합니다.

자신이 결국 대준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또 다시 그를 엄습합니다.

그 옛날에 자신의 아내를 떠나보내며 그가 겪었을 그 무거운 죄책감의 무게가 말입니다...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자신이 겪었던 절망과 아픔을 아들에게 설명하기보다는

기억을 잃은 아들을 앞에 두고 독백으로 내뱉습니다.





또 잠시 정신을 차린 대준은 아버지에게 원망을 쏟아 놓습니다.

그런데 제 가슴을 가장 아프게 했던 남철의 대사를 눈여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신을 차린 대준에게 급박한 마음으로 사죄를 하기 시작합니다.

대준이 기억을 잃기 전에 어릴 적 대준에게 했던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그 이야기에 남철은 원망과 미움, 그리고 애절함의 감정을 최고조로 드러냅니다. 

아버지의 애절함과 아들의 애절함이 

서로 대조를 이루며 관객으로 하여금 이 부자의 안타까움을 품어주기를 요구합니다.





남철의 눈물...

이 눈물....

아내를 잃은 슬픔의 눈물이며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에게 죄책감을 폭력으로 휘둘렀던 후회감의 눈물이요,

그런 아들이 초로기 치매에 걸려 이렇게 무너져가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리라...




타투이스트(남명옥 분)가 연극 초반부터 번갈아 등장을 합니다.

왜 타투이스트가 등장했을까?

그리고 이 여인의 역할은 무엇일까?

끊임없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질문의 답은 연극의 끝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죽은 대준의 어머니와 닮은 타투이스트를 집으로 데려와

어머니가 자신에게 했던 것 처럼 자신의 등을 만져주길 원했던 것입니다.



그간 타투이스트에게 등 마사지만 시켰던 이유를 관객들에게 드러내줍니다.

그간 타투를 하지는 않고 그저 마사지만 시키던 대준과의 약속했던 마지막 만남이 끝나기 전에

이 타투이스트는 대준의 등에 문신을 새겨주고 싶어합니다.

무엇을 새겨달라고 했을까요?

아니, 무엇을 새겼을까요?






빨간 구두를 신고 자신을 떠나가는 어머니와 타투이스트가 오버랩되며

연극은 타투이스트와 대준의 어머니와의 연관성을 확인해 줍니다.


자신의 슬픔과 함께 곱사등이 자신의 아들 대준을 품던 그 어머니는

그렇게 빨간 구두를 신고는 

그 죄책감의 무게를 벗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그렇게...






이 연극의 마지막 장면은 이 모든 슬픔과 아픔을, 그리고 희망을 하나로 묶어 놓습니다.

위에서 쏟아지는 모래가 땅에 모여 산을 이룹니다.

마치 낙타 등처럼 봉긋한 산을....



             


대준의 곱사등에 타투이스트가 새겨놓고 간 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을 떠날 때 신고 갔던 그 빨간구두였습니다.

대준은 늘 그 어머니의 빨간구두를 가슴 속에 품고 살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자신에게 말했던 낙타 등 같은 모래의 산을 

어머니의 빨간 구두를 신고 넘어갑니다.

자신의 삶을 지배했던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원망의 산을,

어머니를 잃은 아픔과 공허함의 산을,


그리고 초로기 치매에 걸려 잃어버렸던 낙타등과 같은 인내와 희망의 산을 넘어갑니다.






대준은 그 모래의 산봉오리 위에 어머니의 빨간 구두를 놓습니다.

그 산의 정상에,

자신의 절망와 아픔과 슬픔의 절정에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원망, 슬픔의 기억을 말입니다.





처음에 보여드렸던 연극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대준의 촛점을 잃은 두 눈빛을 통해 연극은 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걸까요?


[연극의 원작자 정미진 작가]

"따스한 봄날에 꺼내는 다소 무거운 이야기지만 

보는 이들의 가슴 한 구석에 작은 기억의 방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연출 정우순]

"낙타가 삭막한 사막에 살 듯 우리들 삶 또한, 아프고 힘겨움의 연속입니다.

견딜 수 있는 힘을 찾기 위해, 사랑을 찾기 위해, 치유를 위해,

서로의 위로와 나눔으로 오늘도 내일도 과거의 기억을 더듬고

아무도 모르는 미래로 우리는 다가서고 있습니다."


[연출 남명옥]

"폭력에 대한 기억으로 사랑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한 사람,

그는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 있다.

떠 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조차 더듬어가며

도덕적 요구를 내세우지 않고 자기를 응원해줄 사람을 찾고 있다.

현실에서는 부정하지만 자신의 존재에 대해 

오직 자신만이 연민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연민은 사랑이 아니다. 그래서 비극이다.

.......

그가 불러내는 기억은 현실과 과거, 환영까지

시간의 경계를 허물고 자신을 사랑해 달라고 외치고 있다.

고통스럽게도 도와줄 방법이 없는데 

그 소리가 자꾸 들린다.

사랑해 달라고....."








낙타등 같은 곱사등이 대준의 모래 언덕 위에 놓여있는 엄마의 빨간구두...

자칫 무심코 넘길 수 있는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작은 하나의 소품이지만

이 연극에서 드러내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명옥 연출의 글에 있던 것 처럼 '그가 불러내는 기억은 현실과 과거, 환영까지

시간의 경계를 허물고 자신을 사랑해 달라고 외치고 있다.

고통스럽게도, 도와줄 방법이 없는데 자꾸 그 소리가 자꾸 들린다. 사랑해 달라고...'



대준이 자신의 곱사등이 위에 새겨 놓은 엄마의 빨간 구두는,

이 모래 언덕위에 놓은 엄마의 빨간 구두는

자신의 슬픔에서, 자신의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

바로 엄마의 사랑이었던 것은 아닐런지...



연극은 우리에게 이 비극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순간을 얼마나 사랑해야 하는지...

콩가루 같은 우리의 가정이 얼마나 사랑이 가득한 곳인지...

우리가 허비하며 버리는 기억의 단편들을 얼마나 사랑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을 얼마나 사랑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가도 가도 끝이 안보이는 사막, 인생이 사막일 수도 있어. 

견뎌야 하는데...제발..."


거친 사막에서 살아가는 낙타처럼 우리도 그렇게 인내하며 사랑하며 살아가길 바라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까지 극단 나무시어터의 2014 창작초연 <낙타가 사는 아주 작은 방> 이야기였습니다.


Posted by 덜뜨기 덜뜨기


트루에 오르겔(Truhe Orgel)을 아시나요?





트루에 오르겔은 '모든 문을 통과한다'는 의미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이동형 파이프오르간을 말합니다.


트루에 오르겔은 무게가 대략 120Kg, 가로세로 각 1M 정도의 크기의 외형에 


총 224개의 목관, 금관 파이프로 구성된 세상에서 가장 작은 파이프오르간입니다.



지난 2011년 트루에 오르겔 제작 발표 콘서트 이야기 ==>  http://coolblog.kr/278






[2014년 10월 30일, 대전 한남대 GMLP 연구소 방문시 촬영한 홍성훈 오르겔바우마이스터]




<우연한 시작의 인연>


오르겔 바우마이스터 홍성훈 선생님과의 인연은 2009년때 작업실을 찾은 것으로 시작합니다.


오르겔을 좋아하시는 부친을 모시고 작업실을 2009년에 찾았습니다.


그 때의 만남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홍성훈 선생님 작업실 방문 이야기 ==> http://coolblog.kr/164



그런데 이번에 홍성훈 오르겔바우마이스터께서 의미있는 작업을 시작하신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다름아닌 "바람피리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트루에오르겔 제작 펀딩 프로젝트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펀딩에 의해 제작한 트루에 오르겔을 통영의 한 작은 미술관에 기증하고


일 년에 몇 번을 지방을 순회하며 오르간 연주를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슬픈 사연이 깃든 트루에 오르겔>


트루에오르겔의 시작은 미완의 슬픈 사연을 갖고 있습니다.


십대들의 쪽지 발행인 김형모(1956-2008.12.16) 목사님께서 홍성훈 선생님을 찾아와서


트루에 오르겔 제작을 의뢰하셨다고 합니다.


오르겔 연주를 할 줄 모르는 목사님께 왜 제작을 의뢰하시냐고 묻자,


시골, 산간 벽지에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차에 파이프오르간을 싣고 찾아가서


그 파이프오르간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씀하셨답니다.


그래서 설계를 마치고 목사님을 찾아갔는데 갑작스레 돌아가신 것입니다.


그래서 사모님께 설계도를 드리며 꼭 완성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하셨답니다.


그 약속은 몇 년이 넘어서야 지킬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미완으로 남을 뻔 했던 트루에오르겔 설계당시 모습 / Op. 09]



홍성훈 오르겔바우마이스터께서 이런 의미있는 일을 위해 트루에오르겔의 깊은 뜻을 고려하신 것은 아닐런지...






<트루에오르겔 제작 펀딩 프로젝트>



홍성훈 오르겔바우마이스터께서 이번에 의미있는 작업을 시작하셨습니다.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오르간 문화를 문화소외지역을 직접 찾아가는 문화나눔을 실천하고자 


트루에오르겔 제작 펀딩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입니다.


이것은 고인이 되신 김형모 목사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 것 같습니다.




파이프오르간은 유럽의 악기입니다. 


그런데 오르겔바우마이스터께서는 퉁소의 어두운 소리와 부드러운 흙냄새 가득한 훈의 소리,


그리고 가냘프지만 당찬 향피리 소리를 오르간 안에 담았습니다.


이렇게 한국의 소리를 유럽의 오르간 안에 담는 시도를 한 것입니다.



이렇게 멋진 악기 소리를 문화소외지역의 어린이와 학생, 그리고 어른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시도하는


<트루에오르겔 제작 펀딩 프로젝트>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후원 동참 =->  http://www.artbusking.com/


Posted by 덜뜨기 덜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