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담는 세상




햇살이 따스한 초겨울 점심,
이름도 낯선 음식점을 찾았다.



'문향재"...



얼핏보면 가정집 같은데, 한정식 집으로 꾸며져 있는 집이었다.



이 집은 갈마동의 조용한 빌라촌 속에 자리잡고 있다.
몇 번 이 앞을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한정식 집으로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차에서 내려 입구로 향했다.



문을 들어서자 무언가 막연한 그리움을 유발하는 풍경이 나타난다.



계단을 오르자, 또 하나의 다른 세상의 펼쳐진다.
여기가 정말 한정식 집이 맞나?
담너머 풍경은 갈마동의 빌라촌인데, 이 곳은 전혀 다른 풍경을 갖고 있다.



시선을 왼쪽으로 향하니 펼쳐지는 세상은 흡사 고향집과 같은 텃밭이 자리잡고 있다.
자그마하지만 아기자기 꾸며진 텃밭이 이름모를 정감을 불러 일으킨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영락없는 가정집이다.
순간 '한정식집이 맞나?'하는 의문이 계속 생겼다.

 

예약된 방으로 들어가 상을 보니, 안심이 든다.
주인장 허락도 없이 남의 집 안방을 꿰차고 앉은 불안한 느낌이다.

 

잠시 거실로 나왔다.
햇살이 참 여유롭게도 비친다.
한참 점심시간인데 북적거리는 한정식 집이 아니라 정말 고즈넉한 여유를 갖고 있다.

예약을 해야만 한다.
(042-534-8859)

예약제로 운영되는 탓인지 여유롭다.
북적거리지도 않는다.

어느 자리에 앉을까를 고민한다.
남의 집 안방을 꿰차고 앉아 밥을 먹어야 하는 불안감과 더불어
어느 자리에 앉아야 민폐가 아닐까 하는 고민까지...

머리속은 복잡하다..
어디에 앉지???

 

잠시 눈을 창으로 돌렸다.
아..이럴수가..

창 밖에 펼쳐지는 풍경은 나의 고민을 모조리 잊게 만들어 준다.
조심스레 자신의 자태를 뽐내는 난이 따스한 햇볕을 받아 그 싱그러움을 더해간다.
중앙에 자리잡은 이름모를 옹기가 안정감을 더해 준다.


제일 먼저 도착해서 자리에 앉아야 할 때, 말석부터 앉으라는 말이 생각났다.
말석에 앉아 제일 맛나 보이는 녀석에 포커스를 맞춘다.
살아생전 짠물에서 자신의 영역을 표시했을 녀석이 짜디 짠 간장물에 자신의 몸을 나눠
조그만 종지 안에서 자신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그 위에는 이 땅의 푸르름과 지혜를 상징하는 녀석이 분해된 몸을 덮고 있다.
한번도 손을 타지 않았다는 증표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파...

우리 선조들은 깨나 파를 올릴 때 음식의 향과 영양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또 한가지, 한번도 손을 대지 않은 음식이라는 반증으로 사용되기도 한단다.

파의 모습과 위치가 지금 막 부엌에서 부끄러운 아낙네의 손끝을 떠난 자태다.

 

반찬들 역시 차분하게 놓여있다.
이런 분위기....

비싸다는 말이겠지???

이런 집에 또 언제 와 보겠냐는 심정이다.
카메라를 들은 사람들의 손은 바빠진다.
여기저기서 셔터소리가 들린다.
먹으러 온건지, 촬영하러 온건지...가끔 헷갈린다.

 

장어도 빨간 내복을 입고 파 옷을 입고 누워있다.
녀석...추웠나보다...빨간 내복을 입은 장어라니...

 

씨레기 국이 나왔다.

여기 음식들은 분위기 탓인지, 색이 깊다.
반찬들과 음식의 색이 분명한 대조를 이룬다.
아마 흰 그릇 안에 놓여 있는 음식들이 창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받아서일까??

 

고기...
먼저 손이 가는 것은 항상 이 녀석이다.
왜 그럴까?
육식동물의 본능일까?
인간은 육식동물?
성서에 의하면 초식동물로 시작했으리라...

 

해물이 한데 모여 있다.

 

한국 음식의 백미, 된장찌개...
된장찌개야 말로 한국 음식의 기본이요, 백미다.
가장 쉬우면서도 깊은 맛을 내기 어려운 된장찌개...

고등어.
이 녀석 역시 김치를 덮고 그 위에 파를 모자 삼아 있다.

이렇게 음식이 정갈나게 놓여 있다.
시장이 가장 좋은 반찬이라고...

예상 밖의 지체로 인해 늦어진 점심...
시장을 반찬 삼아 맛나게 먹었다.

다만 게장의 씁쓸함이 인생의 맛을 드러내는 듯 했다.
이것 외에, 분위기와 더불어 정갈난 음식들이 맛을 한층 더 했다.

음식들에 대한 느낌은 평범하다는 것이다.
짜거나 튀지 않는 느낌이다.

중국이나 인도의 그것처럼 코 끝을 자극하는 냄새를 내지도,
그렇다고 혀 끝을 자극하는 날카로움도 없다.

그냥 평범한 한국 가정집의 음식처럼 튀는 음식이 없다.
이 말은 음식에 절제를 더 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짜고 맵고, 코 끝을 자극하는 향신료의 향연을 기대한다면 중국집으로 가시라.

이 집은 햇살이 여유로운 고요를 간직한 것처럼
음식 또한 집의 모습을 담은 양 싶다.

하지만 여운은 오래간다.
음식의 여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집의 여유로움일 것이다.

분주히 손님이 오가는 음식점에서는 음식의 여유보다는 강렬함으로 인상을 남겨야 하지만,
이 곳은 무언가 여유로움과 고즈넉함이 음식에서조차 묻어난다.

후식 또한 간결하다.
아니 절제함을 최대한도로 드러내는 듯 하다.
느낌일까? 분위기 탓일까?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집이다.



다만 옥의 티...
후식 뒤에 나온 유자차...
일회용 종이컵이다.

정식 다도의 예를 갖춘 차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도예의 품의를 드러내면서, 투박함을 갖고 있는 잔이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약 및 문의는 이곳을 찾으라.

http://www.문향재.kr/
042-534-8859

외국손님이나 귀한 손님을 모시고 조용하게 식사를 해야할 경우, 적절한 집인듯 하다.
다만 주차는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다는 점은 감수해야 할 불편함이다.
조용하고 여유있는 식사를 원한다면 이곳에 들려 보시라.
다만 햇살이 따스한 점심이면 더욱 그 분위기를 더할 수 있을 것 같다.


[덜뜨기의 마음으로 담는 세상=허윤기]
[충청투데이따블뉴스블로거=허윤기]
[대전시블로그기자단=허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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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서구 갈마1동 | 문향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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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덜뜨기 덜뜨기